과니의 문학리뷰 & 창작 일지
"부자가 되고 싶니?" 팽경장의 말을 로버트 기요사키가 한다면 -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본문
고니 앞에서 패를 흔들던 팽경장이 고니에게 묻는다.
"아수라 발발타, 아수라 발발타!"
"돈을 벌고 싶니?"
"예"
"부자가 되고 싶니?"
"예에!"
잠시 후 손에 든 패 두장(1땡)을 내려때리면서 말한다.
"요거이 니 정주영이고, 이병철이야!"
1땡. 아홉개의 '끗'을 넘어서서 드디어 '땡'으로 넘어가는 지점. 고니가 말하는 1땡은 '상승의 시발점'이다. 그 뒤에는 장땡까지 아홉개의 땡이 있지만 시작이 중요하니까. 평경장에게서 화투의 기술을 배워 돈을 벌기 위한 소리이자, 다음 라운드를 넘어가는 소리 같기도 하고, 부르는 돈의 단위가 달라지는 듯한 느낌도 든다. 그럼 진짜 혈실 부자인 로버트 기요사키가 평경장이라 하고, 두 장을 고니에게 줬다면 무슨 소리를 했을까.
"이게 너의 부동산이고, 주식이야!"
금융·경제서적은 생각보다 잘 팔리지 않는다. '돈'이라는 속성을 대놓고 밝히는 것이 터부시되는 한국 사람들만의 특징도 있지만, 매년마다 달라지는 세계 경제의 흐름과 트렌드가 바뀌는 이유가 크다. 시기를 잡고 이때다 싶어 출간한 들 법률이 바뀌고 시대가 바뀌면 책장 깊숙한 곳에 세를 주고 박히는 책들이 많다. 그렇기에 10년을 넘게 간 금융 관련 서적을 꼽으라고 하면, 생각보다 정말로 적은 책만 남는다.
책들마다 규모도 정말로 다양각색인데, 직장을 다니면서 부업을 하라고 추천하는 작은 규모의 책부터 시작해서 주부들이 볼 법한 가계부 작성법, 나는 OO으로 1년만에 O억 벌었다, 디지털 노마드, 주식, 해외주식, 경매, 블록체인과 가상화폐까지. 코로나가 만연한 올해를 제외하고는 1년에 5번은 넘게 광화문 서점에 가는 편인데, 어째 갈 때마다 조금씩 변해있다. 연초에 갈때와 연말에 갈때를 비교하자면 거의 물갈이가 되어있다고 봐도 된다. 그런데 그 중에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는, 정말 오롯하게 스테디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다.
초등학생 때에도 나는 집에 있던 책장에서 이 책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물론 그때는 이런 표지가 아니었지만) 제목만 보고 나서 처음 느낀 감상평은 '부자아빠랑 가난한 아빠가 나오는 얘기인가?'였다. 뭐 일단 딱 봐도 부자아빠가 좋아보이니까 부자아빠가 되란 소리인가? 근데 나는 아직 누구의 아빠도 아닌데?
머리가 어느 정도 크자 그게 돈과 관련되어있는책이라는 것까지는 대충 감을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 당시 중고등학생이었고, 어느 대학에 들어가는가가 더 중요했다. 왜그랬냐 이 모지리야 그때 읽었어야지
대학생 초때는 문예창작학과였기에 "저는 주린 배를 움켜쥐고서라도 절차탁마하여 명문을 쓰는 작가가 되겠습니다!"라는 뽕에 취해있었고, 대학교 후반때에는 상과 공모전을 받으며 "돈을 겁나 잘 버는 작가가 되겠습니다!"라고 말했지만 결국 저 책은 읽지도 않았다. 그래놓고서 등단을 했다면 참 좋았겠지만,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결국 집어든건 극히 최근이 되었는데, 나는 50페이지 남짓을 읽자마자 왜 이 책이 그렇게 오랜 시간동안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 납득할 수 있었다. 문장 하나하나가 자극적이지만, 그의 문장 하나하나 모두 틀린 말이 없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내적 지혜, 자신 안에 담긴 천재성을 믿지 않고 외부의 대중을 따른다. 남들이 모두 하기 때문에 자신도 따라 한다. 의문을 품기보다 무조건 순응한다. 그러고는 아무 생각 없이 남들이 하라는 대로 한다. "분산 투자를 하라." "당신의 집은 자산이다." "집은 가장 큰 투자처다." "빚을 많이 질수록 세금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안전한 직장을 얻으라." "실수하지 마라." "리스크를 피하라" 등등."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1] 中 |
그는 말한다. 집은 자산이 아니라고. 당신이 바뀌지 않는 이상 결국 월급에 매달리는 쳇바퀴같은 삶(책에선 '새앙쥐 레이스'라 한다)에서 끝날 거라고. 연금은 먼 훗날, 그동안 성실히 세금을 납부해온 국민들의 노후를 보장해주지 못하게 될 것이며, 커다란 경제의 변화가 한번 더 올 것이고, 깨어나지 못한다면, 당신은 그때 더 움추러든 뒤에 현재의 자리를 보존하기 위해 '경제적 자유'를 포기하게 될 거라고.
나는 그의 자극적인 단어 선택과 그동안 월급을 받으며 살아온 나를 비판하는 것만 같은 뉘앙스에 살짝 속이 상했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남에게 세를 주지 못한 집은 결국 융자금을 갚아야 하는 부채일 것이다. 국민연금의 재정이 위험해질거란 기사는 꽤 예전부터 올라오고 있었다. 기요사키가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코로나-19가 벌어짐으로서 커다란 경제의 변화는 불가피하게 왔고, 나는 "내가 달마다 고정된 수익을 벌어갈 수만 있다면 상관없다"는 식의 태도를 가지고 있었다.
다시 그는 말한다. 금융 지식을 배워라. 현금 흐름을 파악해라. 내가 돈을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닌, 돈이 나를 위해 일하도록 해라. 근로자(E)와 자영업, 프리랜서(S)로 살지 말고 사업(B)이나 투자(I)를 하는 법을 배워라. 혹여 본인이 그런 것을 배울 시간이 없고 바쁘다고 한다면, 그게 핑계가 아닌지 생각해라.
그는 책에서 자기에게 경제적 자유를 알려준 친구 아빠(부자 아빠)와, 평생 경제적 안정을 중요시한 친아빠(가난한 아빠)에 대해서 이야기하긴 한다. '어떤 아빠가 되어라'라고 말하는 책이 아니다. 경제적 안정과 경제적 자유를 상징하는 두 아빠에게서 배운 자신의 교훈을 바탕으로 독자들에게 '당신은 삶을 어떻게 살고 싶은가' 되묻는 게 골자다.
로버트 기요사키가 코로나를 예측했을리는 없다만, 그의 의도와 관계없이 경제격변은 일어났다. 그는 우리에게 여러 가지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주지 않는다. 현대로 들어와서, 돈을 벌 수 있을 만한 시스템이나 구조는 예전에 비해 굉장히 편리해지고 그 수가 많아졌다고 얘기할 뿐이다. 그리곤 부자들의 현금흐름과 가난한 사람들의 현금흐름을 보여주면서, 경제적 자유를 얻기 위해 우선적으로 바꿔야 하는 마음가짐을 가르친다. 선택하는 것은 책을 발견한 독자의 몫이다.
'분수에 맞게 살라'는 말을 따를지, '행동은 곧 마음에서 나온다'는 말을 따를지.
'아는게 힘'이란 말을 따를지, '모르는게 약'이란 말을 따를지.
나는 최근 아빠(책에 있는 아빠 말고)에게 부동산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기 시작했다. 몇 년 동안을 내게 부동산을 배워보라고 권유하다가 거의 포기한 아빠는 내가 새삼 물어보기 시작하자 신이 나서는 이것저것 대답해주시기 시작했다. 구역의 차이와 구역마다 적용되는 법률, 임대차보호법, 경매와 공매, 시행사, 시공사, 분양사, 기획부동산의 사기 등등. 내가 궁금해하던 걸 쭉 대답해주던 아빠는 내게 마지막으로 말했다.
"네가 하고싶은 걸 해야 행복하다고 말한다면 아빠는 솔직히 할 말이 없어. 아들이 하고 싶은거 하겠다는데 아빠가 뭐라그러냐. 그런데 부동산은 네가 평생동안 만져보지도 못했던 돈의 액수가 오가는 곳이고, 적어도 네가 여기에 대해서 배워놔야 나중에 어디가서 부끄러울 일은 없을 거야. 아빠의 세대와 너의 세대가 가지고 있는 생각들이 다르겠지만, 적어도 부동산은 네가 세상을 보는 시야를 더 키워줄거야."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1, 2를 모두 읽은 사람으로서 말하자면 로버트 기요사키의 말은 아래와 같다.
"지금 당신이 하고 있는 일로는 평생동안 경제적 자유를 얻을 수 없다. 경제적 자유를 얻고 싶다면 마음을 바꾸고 배워서 사업과 투자를 해라. 핑계 대지 말고."
선택은 본인의 몫이다만,
책은 반드시 읽어보길 권하겠다. 최근에 나오는 서적들도 거의 다 비슷한 소리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