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소설 (4)
과니의 문학리뷰 & 창작 일지
"다음, 444번 지원자 들어오세요." 나는 무릎에 손을 올리고서는 일어섰다. 부러움 섞인 시선이 느껴졌다. 웃을 뻔 했다만, 붉은 색 넥타이를 고쳐 매고서 나를 호명한 사람에게로 걸어갔다. 몸에 살짝의 긴장이 느껴졌지만 기분은 최고였다. 444번이라니. 이보다 좋을 순 없었다. 악마는 운이 좋아야 한다고 하질 않던가. "준비 되셨나요?" "네." 나는 어떤, 타고난 운 같은게 있는 모양이었다. 집안 자체가 방조계라지만 바알의 혈통이 섞여있었고, 유전이 잘 되었는지 내 이마의 양쪽 끝에는 염소와 같은 뿔이 나 있었다(악마는 비주얼도 중요하지 않은가). 피부는 붉은 빛을 띄는 검은색 계열이었고, 손 만큼은 집안에서 가장 크고 날가롭고 거친 편이었다. 주술력도 높았고, 천 명에 한 명쯤 나올까 말까 한다던 ..
음식점이 바빠지는 달은 정해져 있다. 기념일이 많이 끼어있는 5월이나 휴가철을 제외한 여름, 크리스마스를 포함한 연말이다. 이쯤 되면 주말에 들어오는 손님의 수가 부쩍 늘었다. 그리고 그에 덩달아서 음식점 사장과 아르바이트생들의 손놀림도 분주해졌다. 전화가 온 건 그 때문이었다. 크리스마스까지만 도와달라던 매니저는 30일과 31일까지 좀 도와달라고, 안 그러면 두 명이서 홀과 주방을 전부 봐야 한다는 사정까지 곁들이며 부탁했다. 저녁 6시 즈음부터 나온다고 한 뒤 전화를 끊었다. 1월 1일은 새해라고 사람들이 많을 것 같았지만 몇 년을 알바로 뛰어보자 도리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왜 없을까. 단순히 다이어트 때문에? 으레 말하는 불금과 불토, 그리고 늘어지는 일요일을 겪고 난 뒤 다시 시작되는 월요일..
눈만 감아도 캄캄해져 버리는 세상이야. 직시만으로 얻을 수 있는 세상이라면, 또 얻지 못할 이유도 없겠지. 이미 우린 두 세계에서 살고 있잖아. 남자는 망가진 샤프를 누를 때마다 자기도 덩달아 깜빡거리는 듯했다. 제도 샤프는 조금만 세게 힘을 줘도 출구가 휘어져버려 심이 제대로 나오지를 못했다. 시간은 밤 열한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몸을 부스스 떨었다. 시월의 밤은 추워서, 남자는 예정보다 일찍 자기로 했다. 옆에 있던 작은 쓰레기통에 샤프를 넣어버리고선 고개를 돌렸다. 책상 옆 침대에는 서현이 남자의 이불을 턱 아래까지 끌어당긴 채로 만화책을 보고 있었다. 너 가야지. 몇시야? 서현은 손목에 차있던 시계를 보고선 매트리스의 반동을 이용해 상체를 일으켰다. 놀란 이불의 허리가 꺾여 뒤로 접혔다. 서현이 ..
11일에 체해서 열이 39도를 찍더니 전신 근육통과 두통으로 죽는 줄 알았습니다. 코로나때는 체해도 열나면 일반 병원 가기 눈치보이니 선별 진료소 가서 검사받고 약국에서 약받으신 뒤 집에 방콕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1. 장르문학의 탄생설화 (2021.03.31) 1) IMF가 가져다준 문화의 변화. 그리고 수면 위로 떠오른 무협과 판타지 2) 순문학 문단계의 경계선 치기와 총매출량의 변화 3) 2021년. 장르문학이란 2. 감성글 플랫폼과 문학 플랫폼. 대중성을 논하라 (2021.06.30) 1) 모씨, 어라운드, 씀, etc. 감성글 플랫폼의 흥망성쇠2) 던전과 SRS. 문학 플랫폼의 등장3) 사라진 중간문학이여, 부활하라 3. 문화계 미투. 아직 잊을 때 되지 않았습니다 (2021.0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