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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니의 문학리뷰 & 창작 일지
내 발뒤꿈치에서 기생하던 언어들을 기억해냈을 때는 겨울이었다. 한밤 중 가로등 아래 짙게 깔린 어둠에서 밤새 부스럭소리가 난다. 자야 할 공간은 있는데 돌아갈 집은 없어진 것만 같아 울어버린 적을 기억한다. 계절은 쉬이 바뀌지 않아서 나는 어딘가의 길고양이처럼 웅크려 잔 적이 잦았다. 봄은 몇 개의 서릿발들을 손으로 쓸어도 오지 않았고 귀가하는 버스에서 하염없이 창밖을 바라봐도 오지 않다가 해가 바뀌어 이루지 못할 신년 계획을 세우고 지나간 날들을 실패로 기억할 때 즈음 찾아왔다. 그게 덧없이 따뜻하고 아리게 푸근해서 나는 나의 모든 봄을 기억한다. **2~3번째 줄은 강성은 시인의 시 「기일」에 영감을 받아 써졌음을 밝힙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서 '원룸-감성과의 동거'를 검색하면 더 많은 글을 볼..
얼마 전 나는 내 무기력을 얘기하면서 시쓰기가 어려운 이유에 대해서 쓴 적이 있다. 무기력이 올 때면 (Feat. 시쓰기가 어려운 이유) 내 시 담당교수님이 말한 것들 중에서 지금도 기억에 남는 게 몇 가지 정도 있는데, 그 중 하나는 "시는 무언가 결핍되어있어야지 쓴다"라는 것이었다. 산에 올라가서 일출이 올라오는 풍경을 보 alldaynight-sensibility.tistory.com 일단 못 박고 시작하는데, '시'와 '감성글'은 다르다. '시'와 '감성글'의 차이를 정확히 알아내지 못하는 사람이 상당할거라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무턱대고 자신을 '시인'이라 소개하는 사람들에 대해 굉장한 불쾌함을 느낀다. 이건 뭐랄까, 미대 전공생 앞에서 꽃 그림 하나 그려놓고 자기를 '화가'라고 지칭하거나, 진짜..
분주한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다. 바깥은 겨울이지 크리스마스가 아닌 듯하다. 한낮, 길가, 사람들. 모두 여느때와 다름 없이 평범하다. 산타는 SNS로 옮겨간 듯하다. 빨간 물결이 인스타그램에서만 보이고 있으니까. 기념일에 대해서 그리 달갑게 생각하지 않는 편이다. 의식하고 싶지 않지만 강제적으로 의식하게 되는 것. 내가 바라던 바라지 않던 언젠가 다시 또 돌아오게 되는 것이 기념일이라서. 슬픈 과거가 있었다거나, 잊지 못할 추억이 있었다거나 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기념일'이라고 하면, 뭔가를 해야할 것만 같은 분위기가 평소와 다름없고 싶은 나의 기분을 찔러서다. 크리스마스. 이게 뭐가 그리 중하다고. 코로나 때문에 바깥에 나가지도 않는데. 챙기지 않기 시작한게 언젠데. 언젠가부터 예수에게도 미안해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