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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니의 문학리뷰 & 창작 일지
1. 자취를 시작했다. 영등포구청역 3번출구에서 나와 걸어서 6분거리. 월세가 깡패고, 나는 거지다. 이 삥 뜯기기 좋은 구도는 무엇이냐. 2. 돈을 쫓기 시작하자, 돈보다 나를 더 크게 흔들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깨닫기 시작했다. 그 첫번째가 출퇴근의 거리였고, 두 번째가 사람이었고, 세 번째가 내 건강이다. 나열했을 뿐이지 순서가 없다. 3. 나는 사람이 작작 진지해질 필요가 있다. 4. 한강 둔치에 나가서 걸어보았다. 집에서 당산역까지 왕복 20분이 먼저 걸리는 게 함정. 야 근데 당산역 미쳤네 한강이랑 직통으로 연결되는 통로도 있네 장난하나 구리시 보고있냐? 5. 해야할 게 많은게, 해야할 게 너무 많아서 되려 아무것도 시작하지 못하는 꼴이 계속되고 있다. 내일부터는 다시 다이어리를 잡고 움직..
1. 쳐 자다가 운전면허학원 수업 예약해놓은거 그대로 까쳐먹었다. 좀 쎄게 현타가 왔다. 최근에 뭐만 했다 하면 피곤하고 그냥 자고싶고 무기력하고 세상만사 다 귀찮다다보니 자존감이 내려가있는 상태였는데, 자느라 수업을 까먹다니. 심지어 나 전날 밤에 꽤 많이 잤는데. 사람이 이렇게 무쓸모할 수가 있나 하는 생각들이 좀 나를 덮쳤다. 하지만 나란 놈은 우울감도 수면으로 이겨내는 놈이라 이불킥 팡팡팡 하다가 다시 잔 뒤 출근했다. 성실해지면 되는 일이다 관아. 이놈아 좀 성실해져라 8ㅁ8 2. 시는 또 잘써진다. 이야 사람이 역시 우울하면 글을 써야한다고 이야 잠자코 누워서 『베누스 푸디카』를 읽다가 생각을 정리하고 썼더니 괜찮게 나오는 중이다. 그녀의 시는 상당히 육체적이다. 그리고 죽음에 대한 관념이 강..

시작하기에 앞서, 공백의 정의부터 알고 가자. 1-종이나 책 따위에서 글씨나 그림이 없는 빈 곳. 2-아무것도 없이 비어 있음. 3-특정한 활동이나 업적이 없이 비어 있음. 네이버에서 사전적 정의를 찾으면서 나는 상당히 흥미로움을 느꼈는데, '아무것도 없이 비어 있음'이라는 중립적인 두 번째 뜻풀이의 앞뒤로 긍정과 부정이 따라오는 듯해서였다. 종이나 책 따위에서 글씨나 그림이 없는 빈 곳은 어떠한 부정적인 느낌도 들지 않는다. 작은 메모를 할 수 있는 빈 공간이기도 하고, 아무것도 없음으로써 '여백의 미(美)'를 더하는 가치 충만한 공간의 공백이다. 이에 반해 특정한 활동이나 업적이 없이 비어 있음은 왠지 모르게 쓸쓸한 공백이다. 가수들의 기나긴 공백 기간을 보는 것 같기도 하고, 어떠한 존재에게 이렇다..
내 시 담당교수님이 말한 것들 중에서 지금도 기억에 남는 게 몇 가지 정도 있는데, 그 중 하나는 "시는 무언가 결핍되어있어야지 쓴다"라는 것이었다. 산에 올라가서 일출이 올라오는 풍경을 보고 근처에 있는 사람들이 시 하나 읊으라고 하는데, 이미 그 순간 그 광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멋지고 행복한데 굳이 시라는 것을 쓸 필요가 없지 않느냐고. 본인이 행복하고 만족스럽다면 글이라는 것은 나올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소리였다. 그렇다면 결국 '시'라는 것은 본인이 가지고 있는 결핍에 대해서 쓰게 되는 것인데, 문학과지성사, 문학동네, 창비 등의 시를 보고 있으면 슬픔이 많다. 깨달음의 시도 있긴 하다만, 본인이 행복해서 썼다고 볼만한 글은 없다. 그러면 이때즈음에 교수님의 또 한가지 생각나는 말이 있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