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파스타 (3)
과니의 문학리뷰 & 창작 일지

요리가 좋았다. 왜 요리가 좋았는지는 모르겠다. 그건 조금 까마득한 옛날이어서, 굳이 들춰봤자 별게 없을 것 같았고, 지금 내가 요리를 좋아하는 이유랑은 다를 것이다. 어쩌다 '요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는지를 묻는다면 나는 종종 이야기한다. 대학교 2학년때 아르바이트를 뷔페에서 했습니다. 그때 많이 눈을 떴죠. 처음에는 숙주와 콩나물의 차이가 얼마나 나는지도 몰랐고, 비타민이라는게 풀 이름인지도 몰랐는데, 거기서 많이 배웠습니다. 차장님이 냉장고에서 비타민 가져오라고 했을 때에는 몸이 안좋으신가 생각했었으니까. 그럼 사람들은 내 이야기에 흥미를 가진다. 본인이 모르고 있는 세계에 내가 어떻게 발디딤을 했는지의 첫발짝 같은 느낌이다보니. 그런데 그건 눈을 뜬 것이고, 본래 그 전부터 집에서 요리를 ..
음식점에 가서 뽕을 뽑고 싶다면 단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 주방에서 칼을 잡는 사람과 친해져라. 둘째. 주방에서 칼을 잡아라. 3년 전 나는 막학기만 남겨둔 휴학생이었고, 2학기가 개강하기 전에 반짝이라도 벌어놓자는 심정으로 알바지를 찾았다. (과정은 험난했다. 나는 알바만 구하려고 하면 자전거를 타다가 넘어지던가, 발목을 접지르거나 했다. 저주를 받았나..?) 그러다가 들어간 곳이 파스타집이었는데, 알바를 하던 당시까지만 해도 그 집의 파스타가 꽤 맛있고 괜찮다고 생각했다. 토마토소스가 살짝 단 편이긴 했지만 모든 소스의 간이 잘 맞았고, 가격도 만 원이 채 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일하면 일할수록 나는 (으레 웬만한 알바지들이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매장의 환경과 메뉴의 구성 실태를 알고서 실망..

집에 내가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 오거나, 친한 친구가 오거나, 혹은 비싼 식재료를 들고 오겠다는 지인이 생기면 나는 코스요리를 준비한다. 프랑스 오트 퀴진처럼 미치게 화려한 식사를 준비하는 것은 아니지만, 직장생활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만들 수 있는 것으로 구성을 짠다. 식전빵과 올리브오일, 스프, 샐러드, 파스타, 스테이크, 디저트 순서로 내는데, 파스타는 개인마다 취향 차이가 있다보니 (파스타 종류나 마더 소스 등) 어떤 소스와 어떤 파스타를 먹고 싶은지 물어본다. 다만 여기서 살짝 난감한 상황이 벌어질 때가 있는데, ‘어떤 종류의 파스타를 원하시나요’라고 물었을 때, 그게 무슨 질문인지 자체를 이해 못하는 경우가 가끔 있다. '파스타와 스파게티가 동음이의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흔히들 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