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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니의 문학리뷰 & 창작 일지
1. 자취를 시작했다. 영등포구청역 3번출구에서 나와 걸어서 6분거리. 월세가 깡패고, 나는 거지다. 이 삥 뜯기기 좋은 구도는 무엇이냐. 2. 돈을 쫓기 시작하자, 돈보다 나를 더 크게 흔들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깨닫기 시작했다. 그 첫번째가 출퇴근의 거리였고, 두 번째가 사람이었고, 세 번째가 내 건강이다. 나열했을 뿐이지 순서가 없다. 3. 나는 사람이 작작 진지해질 필요가 있다. 4. 한강 둔치에 나가서 걸어보았다. 집에서 당산역까지 왕복 20분이 먼저 걸리는 게 함정. 야 근데 당산역 미쳤네 한강이랑 직통으로 연결되는 통로도 있네 장난하나 구리시 보고있냐? 5. 해야할 게 많은게, 해야할 게 너무 많아서 되려 아무것도 시작하지 못하는 꼴이 계속되고 있다. 내일부터는 다시 다이어리를 잡고 움직..
1. 알고 봤더니 처음에 쓴 숫자일기 2020년이라고 써놨다. 시간 워프 개쩌네. 2. 본래 코로나 2.5단계로 인해서 주 2회밖에 나가지 않던 가게를 이번에 갑자기 토, 일, 월, 화, 수를 나왔다. 뭔 날인가 싶다. 3. 기능시험 땄다(월요일 아침에). 새삼 느꼈는데 뭐가 문젠지 모르겠는 애들 많더라. 나와 같은 2종인데 시동도 걸지 못하고 탈락하는 애가 있는가 하면, 출발부터 급발진과 급정지를 반복하다가 언덕길에서 멈추지도 않고 미친듯이 올라가 그대로 실격 되는 1종 애도 있었다. 학원을 가지 않고 그냥 해보고 싶어서 응시를 한 건지, 아니면 실제 기계를 만지다보니 당황해서 그런건지는 모르겠다. 나는 VR학원(고수의 운전면허라고 한다)에서 그냥 시뮬레이션만 지겨워 죽을 때까지 돌리다보니 한 번에 붙..

요리가 좋았다. 왜 요리가 좋았는지는 모르겠다. 그건 조금 까마득한 옛날이어서, 굳이 들춰봤자 별게 없을 것 같았고, 지금 내가 요리를 좋아하는 이유랑은 다를 것이다. 어쩌다 '요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는지를 묻는다면 나는 종종 이야기한다. 대학교 2학년때 아르바이트를 뷔페에서 했습니다. 그때 많이 눈을 떴죠. 처음에는 숙주와 콩나물의 차이가 얼마나 나는지도 몰랐고, 비타민이라는게 풀 이름인지도 몰랐는데, 거기서 많이 배웠습니다. 차장님이 냉장고에서 비타민 가져오라고 했을 때에는 몸이 안좋으신가 생각했었으니까. 그럼 사람들은 내 이야기에 흥미를 가진다. 본인이 모르고 있는 세계에 내가 어떻게 발디딤을 했는지의 첫발짝 같은 느낌이다보니. 그런데 그건 눈을 뜬 것이고, 본래 그 전부터 집에서 요리를 ..

분주한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다. 바깥은 겨울이지 크리스마스가 아닌 듯하다. 한낮, 길가, 사람들. 모두 여느때와 다름 없이 평범하다. 산타는 SNS로 옮겨간 듯하다. 빨간 물결이 인스타그램에서만 보이고 있으니까. 기념일에 대해서 그리 달갑게 생각하지 않는 편이다. 의식하고 싶지 않지만 강제적으로 의식하게 되는 것. 내가 바라던 바라지 않던 언젠가 다시 또 돌아오게 되는 것이 기념일이라서. 슬픈 과거가 있었다거나, 잊지 못할 추억이 있었다거나 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기념일'이라고 하면, 뭔가를 해야할 것만 같은 분위기가 평소와 다름없고 싶은 나의 기분을 찔러서다. 크리스마스. 이게 뭐가 그리 중하다고. 코로나 때문에 바깥에 나가지도 않는데. 챙기지 않기 시작한게 언젠데. 언젠가부터 예수에게도 미안해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