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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니의 문학리뷰 & 창작 일지

시작하기에 앞서, 공백의 정의부터 알고 가자. 1-종이나 책 따위에서 글씨나 그림이 없는 빈 곳. 2-아무것도 없이 비어 있음. 3-특정한 활동이나 업적이 없이 비어 있음. 네이버에서 사전적 정의를 찾으면서 나는 상당히 흥미로움을 느꼈는데, '아무것도 없이 비어 있음'이라는 중립적인 두 번째 뜻풀이의 앞뒤로 긍정과 부정이 따라오는 듯해서였다. 종이나 책 따위에서 글씨나 그림이 없는 빈 곳은 어떠한 부정적인 느낌도 들지 않는다. 작은 메모를 할 수 있는 빈 공간이기도 하고, 아무것도 없음으로써 '여백의 미(美)'를 더하는 가치 충만한 공간의 공백이다. 이에 반해 특정한 활동이나 업적이 없이 비어 있음은 왠지 모르게 쓸쓸한 공백이다. 가수들의 기나긴 공백 기간을 보는 것 같기도 하고, 어떠한 존재에게 이렇다..

(개인적으로 시식, 혹은 시음식이라고 부른다. 시인이 이 시에서(혹은 이 시집에서) 어떠한 스탠스를 취하고 있는지 기록하기 위한 카테고리 대부분 '문학동네', '문학과지성', '창비' 시집임을 밝힌다.)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존재론'에 대한 물음은 피할 수 없다. 아니 뭐, 피할 수 없다는 걸로 끝나면 다행이다만, 답을 찾을 수 있다고도 못하겠다. 흔히들 말하는 '중2병'의 감성으로 비장하게 "도대체 나는 누구인가"라고 물어봐봤자 답은 나오지 않으며, 종교적인 관점을 참고하려 해도 난감하다. 거울에 비치는 나도 모르는데 교회는 보이지도 않는 신의 존재를 믿으라고 하고 있고, 불교에 조예가 있는 아버지에게 물어보자 '공즉시색 색즉시공'이라는 답이 들려왔다. 덕분에 정말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시식, 혹은 시음식이라고 부른다. 시인이 이 시에서(혹은 이 시집에서) 어떠한 스탠스를 취하고 있는지 기록하기 위한 카테고리 대부분 '문학동네', '문학과지성', '창비' 시집임을 밝힌다.) '독서는 음식을 먹는 것과 같다'는 말이 있다. 맛있는 음식을 찾아 먹고, 생각보다 자기 입맛에 맞지 않으면 남기고, 새로운 것도 도전해보기도 하는 음식은 독서에도 적용될 수 있어서다. 좋아하는 책을 찾고, 읽고, 생각보다 자기와 맞지 않는다 싶으면 중간에 읽는 것을 그만두고, 새로운 작가나 다른 카테고리의 책도 찾아보고. 책은 부담이 없어야 한다. (개인적으로 자녀들에게 독서교육을 시킨다면 "책을 읽어라", "끝까지 읽어라"라고 말하는 것보다 좋아하는 게 뭔지 물어보고, 그에 관련된 책을 선물해준다음,..

(개인적으로 시식, 혹은 시음식이라고 부른다. 시인이 이 시에서(혹은 이 시집에서) 어떠한 스탠스를 취하고 있는지 기록하기 위한 카테고리 대부분 '문학동네', '문학과지성', '창비' 시집임을 밝힌다.) 아주 예전, 초등학교 5학년 적인가. 아버지는 집에 어린이도 읽을 만한 불교 만화책들을 가져와서는 집에다가 꽂아놓았다. 지금 생각하면 아주 탁월한 계획이다. 글 책에 아무런 관심이 없던 나는 그걸 냅다 집어서 읽고는 했으니까. 불교 책이다보니 스님들이 자주 나왔고, 혹은 스님들과 같은 마음씨를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이제는 읽은지 15년도 더 된 기억이기에, 책 내용은 듬성등성 기억날 뿐이다. 심보선의 [오늘은 잘 모르겠어]라는 시집은 종교적인 단어가 쓰인다. 성서와 비슷한 어조가 나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