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일기 (10)
과니의 문학리뷰 & 창작 일지
1. 자취를 시작했다. 영등포구청역 3번출구에서 나와 걸어서 6분거리. 월세가 깡패고, 나는 거지다. 이 삥 뜯기기 좋은 구도는 무엇이냐. 2. 돈을 쫓기 시작하자, 돈보다 나를 더 크게 흔들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깨닫기 시작했다. 그 첫번째가 출퇴근의 거리였고, 두 번째가 사람이었고, 세 번째가 내 건강이다. 나열했을 뿐이지 순서가 없다. 3. 나는 사람이 작작 진지해질 필요가 있다. 4. 한강 둔치에 나가서 걸어보았다. 집에서 당산역까지 왕복 20분이 먼저 걸리는 게 함정. 야 근데 당산역 미쳤네 한강이랑 직통으로 연결되는 통로도 있네 장난하나 구리시 보고있냐? 5. 해야할 게 많은게, 해야할 게 너무 많아서 되려 아무것도 시작하지 못하는 꼴이 계속되고 있다. 내일부터는 다시 다이어리를 잡고 움직..
1. 올해의 끝은 유난히 추운 것 같다. 눈을 보기도 전에 얼어붙은 물웅덩이를 보았고, 코로나가 풀어지는가 싶더니 오미크론이 시작되었다. 나 또한 뭐랄까. 변화가 생기나 싶으면 질세라 '유감쓰' 하면서 많은 일들이 나를 때리는 느낌이랄까. 아름다운 연말이죠? 2. '나'라는 사람의 성격이 보는 사람들마다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고 본다만, 적어도 단 하나만은 자타공인으로 말하는데 나는 '아낀다'는 감정이 한번 들기 시작하면 정말 놀랄 정도로 오래간다. 그건 사람이기도, 물건이기도 해서 아직도 대학 졸업 축하로 받은 안개꽃 유리병은 한 송이도 떨어지지 않게 보관중이고, 살짝 얼굴 한 부분이 가물거린다 싶으면 냅다 연락해서 밥먹으러 오라고 회유하는 친구가 있다. 이쯤 되니까 되려 주변에서 지겹지 않냐고 물어보..
1. 쳐 자다가 운전면허학원 수업 예약해놓은거 그대로 까쳐먹었다. 좀 쎄게 현타가 왔다. 최근에 뭐만 했다 하면 피곤하고 그냥 자고싶고 무기력하고 세상만사 다 귀찮다다보니 자존감이 내려가있는 상태였는데, 자느라 수업을 까먹다니. 심지어 나 전날 밤에 꽤 많이 잤는데. 사람이 이렇게 무쓸모할 수가 있나 하는 생각들이 좀 나를 덮쳤다. 하지만 나란 놈은 우울감도 수면으로 이겨내는 놈이라 이불킥 팡팡팡 하다가 다시 잔 뒤 출근했다. 성실해지면 되는 일이다 관아. 이놈아 좀 성실해져라 8ㅁ8 2. 시는 또 잘써진다. 이야 사람이 역시 우울하면 글을 써야한다고 이야 잠자코 누워서 『베누스 푸디카』를 읽다가 생각을 정리하고 썼더니 괜찮게 나오는 중이다. 그녀의 시는 상당히 육체적이다. 그리고 죽음에 대한 관념이 강..
가끔씩 생각하건데, '내가 예전에/왕년에/저번에/오래전에 ~했었는데'라면서 이미 서너번은 들었었던 말들을 꺼내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꼰대구나'라는 생각으로 어떠한 짜증이 들기 전에, 약간의 측은함이 든다. 환갑이 넘은 내 아버지와 어머니는 아직도 스스로 무언가 하고 싶은걸 찾아서 배우는 중인데 과거에 매여있는 당신은 붙들어놓을 만한 번듯한 기억이 얼마나 없었으면 내게 했던 얘기를 또 하고 억척스레 또 하고, 또 할까 싶은, 그러다가 한 열번 정도 얘기한 것 같으면 "내가 예전에 얘기한 것 같긴 한데"라면서, 다시 굳이 그 먼지쌓인 과거를 팡팡 털어서 내 앞에 펼쳐놓는다. 뭐랄까, 꼰대는 꼰대만의 특징이 있다. 다시 말하면 반복해서 '라떼'를 들어도 그런가보다 하게 되는 사람이랑 왜 저 궁금하지도 않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