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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를 위한 알쓸신잡

파스타 종류, 한번에 정리해서 보기

과니(Gwany) 2020. 8. 21. 16:55

집에 내가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 오거나, 친한 친구가 오거나, 혹은 비싼 식재료를 들고 오겠다는 지인이 생기면 나는 코스요리를 준비한다. 프랑스 오트 퀴진처럼 미치게 화려한 식사를 준비하는 것은 아니지만, 직장생활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만들 수 있는 것으로 구성을 짠다.

 

작년 여름, 친구들이 한우 등심을 들고 온다기에 준비해준 코스요리중 파스타. 해산물 로제는 링귀니를, 해산물 토마토는 스파게티를 썼었다.

 

식전빵과 올리브오일, 스프, 샐러드, 파스타, 스테이크, 디저트 순서로 내는데, 파스타는 개인마다 취향 차이가 있다보니 (파스타 종류나 마더 소스 등) 어떤 소스와 어떤 파스타를 먹고 싶은지 물어본다. 다만 여기서 살짝 난감한 상황이 벌어질 때가 있는데, ‘어떤 종류의 파스타를 원하시나요라고 물었을 때, 그게 무슨 질문인지 자체를 이해 못하는 경우가 가끔 있다. '파스타와 스파게티가 동음이의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흔히들 범하는 오류다. 그때마다 나는 조금 더 자세하게 설명해주고는 하는데, 오늘은 가장 기본적인 파스타 면부터 얘기해보도록 하자.

 

 

 

한국인에게 가장 익숙한, 스파게티

 

Unsplash- 'Youjeen 조'의 사진. 마늘과 관찰레, 허브의 조화가 너무 맛있어보여 가져왔다.

 

모든 오해는 여기서부터 시작되었다! 우리가 흔히들 파스타!’ 라고 외치면 생각하는 면은 이 1.8~2.0mm의 두께를 가지고 있는 스파게티.

 

양식이라는 문화 자체가 생소하고 파스타 전문점이 드물었던 2000년대 초만 해도 우리에게 파스타는 이것뿐이었다. 심지어 현재도 수많은 시중 파스타의 조리 이미지에도 가장 쓰이는 면이다. 뭐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밖에 없는 게, 국내에서 지금도 가장 많이 팔리고 있는 면일뿐더러, 오뚜기와 백설에서도 이 면을 자체적으로 생산한 뒤 마트에 내는 중이다. 하지만 엄연히 스파게티는 파스타라는 거대한 집합의 한 부분을 차지할 뿐이지, 이 둘이 동일선상에 놓여질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하자.

 

또한 그 굵기에 따라서 스파게티는 스파게토니’, ‘스파게티’, ‘스파게티니’, ‘페델리니’, ‘카펠리니로 구분된다. 뒤로 갈수록 얇은 순이라고 생각해주면 되겠다.

 

 

 

 

 

 

봉골레와 함께, 링귀니

 

Unsplash - '앨리스 파스칼(Alice Pasqual)'의 사진. 페스토가 뭍은 링귀니 면이다.

 

링귀니라는 이름은 생소하지만 먹어본 적이 있는 사람들은 곧잘 이렇게 말한다. “! 그 납작한 면!”

 

맞다. 링귀니는 도톰하고 납작하다(이름의 어원도 혀니까). 씹는 식감이 좋고 면이 스파게티보다 넓은 편이기에 조개 외에 부재료가 많이 들어가지 않는 봉골레에 잘 쓰인다. 우리나라에서는 스파게티 다음으로 많이 쓰이는 롱파스타에 속한다.

 

데리야끼 소스를 넣고 해산물들과 함께 센불에 볶아먹어도 괜찮고('어떻게 파스타에 그런 소스를 넣을 수가 있냐'고 비명을 지르는 사람들의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로제에 쓰이는것도 나쁘지 않다. 스파게티가 질린 사람들이 발견하면 곧잘 해먹는 편이다. 조금만 잘 찾아보면 마트에서도 숨어있는 링귀니면을 찾기 수월할 것이다. 스파게티보단 삶는 시간이 기니 참고할 것.

 

 

 

 

 

 

크림 소스와 찰떡궁합, 페투치네

 

  Unsplash - 'ali nafezarefi'의 사진. 미트볼 들어간 토마토 소스는 거부할 수 없다.

 

나는 간장 소스 베이스의 찜닭이 오면 반드시 체크하는게 중국 당면이다. 국물을 흠뻑 빨아들여서 쫄깃쫄깃하고 식감 깡패인 그 녀석이 없으면 그 찜닭을 나중엔 잘 시키지 않을 정도로.

 

그리고 파스타에선 알프레도(크림) 소스 베이스 파스타를 시킬 때 페투치네를 찾는다. 봉골레보다 넓은 면적. 그리고 1mm 두께. 꾸덕한 소스와 섞인 페투치네는 그 넓은 면적에 모든 소스를 묻히고서 입 속으로 들어간다. 치즈의 농밀함이 깊거나 베이컨의 감칠맛이 잘 뒤섞인 크림소스일수록 페투치네는 그 진가를 높게 발휘한다. 상당히 오래 끓여야 하지만, 맛있으면 장땡 아닐까?

 

여기서 조금 더 얇게 만들어지면 탈리아텔레가 된다. 이건 라구 소스와 같이 먹어보는 걸 추천한다.

 

 

 

 

 

막 쓰기 좋은 파스타. 펜네

 

Unsplash - 'Charles Deluvio'의 사진. 오일리하지만 아주 맛있어보이는 펜네 파스타다.

 

아무래도 한국인들에게는 스파게티가 대중적이다보니 스파게티만큼 막 쓰기 좋은 파스타가 없다고들 하겠지만, 다 치워라. 내게는 펜네만큼 막 쓰기 좋은 파스타가 없다.

 

스파게티처럼 길지 않아서 그냥 포크로 무작정 찍어먹기 편하고, 모든 소스와 무난하게 어울리고, 오래 끓여도 두툼한 원통형이어서 식감이 그리 상하지도 않는다. 원통형이어서 소스도 잘 묻어나온다. 페스토를 버무려먹기도 좋고, 그냥 맥앤치즈마냥 느끼하게 먹어도 괜찮다.

 

심지어 차가운 소스에도 잘 어울려서 파스타 샐러드로도 쓰인다. 모짜렐라를 위에 가득 뿌린 다음에 오븐에 구워도 된다. 되려 스파게티처럼 치즈와 면의 비율을 적절히 맞추려고 포크와 숟가락으로 안간 힘을 쓰지 않아도 되는 기현상을 접할 것이다. 코스트코나 대형마트 파스타 매대 하단부분을 보면 잔뜩 쌓여있는 펜네를 구경할 수 있을 것이다.

 

 

 

 

 

바퀴 모양의 파스타, 로텔레

 

음식 사진을 찾기 힘들어 작년에 산 대체코 로텔레(루오테)를 하리보 통에 넣고 찍었다.

 

내게 로텔레의 첫만남은 서울 노원구에서였다. 토마토 소스가 잘 나왔다면서 셰프가 스페셜로 만들어준 파스타였다.

 

잘생긴 셰프+잘 만들어진 토마토 소스+처음보는 신선한 파스타=국룰 (그날 하루종일 행복했지 아마)

 

국내에서는 생각보다 구하기 힘들다. 마트에서 파는 건 거의 본적이 없고, ‘루오테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져있는데 루오테로 검색하면 구입하기도 힘들다. 쿠팡에서는 로텔레로 검색해야지 구입할 수 있다.

 

식감이 재미있고 내게는 펜네나 파르펠레보다 좀 더 기분 좋은 파스타다. (뭐 맛이 그렇다는게 아니라 그냥 생긴게 맘에 들어서) 오일 소스와 함께 버무려지거나 샐러드 풍으로도 나오는데, 나는 살짝 매콤한 토마토소스가 묻혀져서 나온 것을 굉장히 좋아한다. 아이들에게 보여주기도 좋은 비쥬얼. 물량이 적은 만큼 국내에서 구입하기에는 생각보다 가격이 높으니 참고하도록 하자.

 

 

 

 

 

샐러드에 좋은 나비, 파르펠레

 

Unsplash - 'Tina Dawson'의 사진. 연출용 분위기가 강하다. 

 

개인적으로 샐러드나 쿨 파스타에 쓰이는데에 굉장히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파스타의 종류다. 리본 모양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만, 어원으로만 따지면 나비에서 유래되었다. 앙증맞게 중앙에 주름을 잡아놓았는데, 삶다보면 홀쭉한 허리가 살짝 풀어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식감을 망치지는 않으니 안심하자. 베이컨과 양파를 베이스로 매콤한 토마토 소스를 차갑게 식힌 뒤 푹 삶아 헹궈낸 파르펠레와 버무려 먹으면 좋다 (루꼴라와 채소들을 올려먹으면 아주 좋다!) 로제 소스를 차갑게 해서 아담한 샐러드 형식으로 나온 걸 먹어본 적도 있는데, 굉장히 맛이 좋았다.

 

 

 

 

 

식감 깡패, 부카티니

 

집에서 찍은 부카티니. 로텔레와 같이 구하기 어려운 파스타에 속한다. 가격도 동일 브랜드의 다른 스파게티보다 비교적 비싼편.

 

어릴적, ‘요리왕 비룡을 보면 밋밋한 면 안에 뜨거운 소스가 들어있었다면서 비룡의 요리에 놀라는 사람들이 나왔다. 요리왕에겐 미안하지만 면 안에 구멍이 뚫려있는 면은 이미 예전부터 나와있었다.

 

부카티니. 굉장히 두꺼워서 과연 익기는 할까 싶은 면이지만, 면의 단면을 보면 가운데에 구멍이 뚫려있다. 개인적으로 호스같이 생긴 이 면을 잘 소화해내는 사람이야말로 진짜 파스타를 잘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구하기도 어렵고, 적당히 삶기도 어렵고, 소스와 섞는데도 제대로 하지 않으면 면이 두꺼워 따로 놀기 시작한다. 하지만 잘 만들어진 부카티니 파스타는 첫 식감부터 사람을 압도하는 게 있다.

 

잘 만들어진 부카티니 클래식 까르보나라(크림소스가 들어가지 않고 페코리노 로마노, 계란, 후추만으로 만들어내는 이탈리아 정통 파스타)를 기회가 된다면 꼭 먹어보자. 그렇다고 셰프에게 반하진 말고.

 

 

 

 

 

 

커다란 원통, 가토니

 

Unsplash - 'Heather Gill'의 사진. 연출용 분위기가 강하다.

 

펜네보다 커다랗고 사선으로 잘린 게 아닌 원통으로 댕겅댕겅 잘린 면을 생각하면 편하다. 라구, 토마토, 크림 등 여러 가지 소스에 다방면으로 쓰이지만, 아는 셰프님이 샐러드 파스타로 만들어주신 적이 있는데, 그게 가장 인상깊었다.

 

알싸한 맛이 나는 채소와 마늘, 그리고 상당한 양의 햄을 질 좋은 올리브오일과 함께 버무린 다음 파르메지아노 치즈와 함께 내어준 적이 있는데, 햄의 짠맛은 리가토니의 투둠한 식감이 막았고 자칫 오일리해질 수 있는 위험성은 채소들이 잡아줬다. 아마 다음에 먹어도 이렇게 먹게 되지 않을까 싶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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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얘기한 것 같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아는 파스타의 종류에서 반절도 채 얘기하지 못한 느낌이다. 뭐 다 알지 못해도 상관 없다. 지금까지 얘기한 것들은 그나마 다른 레스토랑에서도 꽤 많이 쓰이는 것들이고, 이 중에 자기가 좋아하는 것 하나 정도는 있을 거라고 생각하니까.

 

요리에 정답이 없다는 것처럼, 파스타에도 절대적인 룰 같은 건 없다. (전통 레시피를 거의 수호하다시피 하는 이탈리아 장인들이 이런 소리를 들으면 기절하겠지만) 본인의 피부톤과 체형에 맞는 옷의 디자인고 색상이 있는 것처럼, 많은 파스타를 먹어보고, 본인의 취향에 맞는 파스타를 찾는 것이 중요할 따름이다.

 

찾기만 한다며 당신의 먹는 생활이 한껏 더 만족감으로 들어찰 거란 사실은 장담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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