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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시

봄의 기억 (감성글귀)

과니(Gwany) 2021. 2. 1. 10:00

 

내 발뒤꿈치에서 기생하던 언어들을 기억해냈을 때는 겨울이었다.

한밤 중 가로등 아래

짙게 깔린 어둠에서 밤새 부스럭소리가 난다.

 

자야 할 공간은 있는데 돌아갈 집은 없어진 것만 같아 울어버린 적을 기억한다.

계절은 쉬이 바뀌지 않아서

나는 어딘가의 길고양이처럼 웅크려 잔 적이 잦았다.

 

봄은 몇 개의 서릿발들을 손으로 쓸어도 오지 않았고

귀가하는 버스에서 하염없이 창밖을 바라봐도 오지 않다가

해가 바뀌어 이루지 못할 신년 계획을 세우고

지나간 날들을 실패로 기억할 때 즈음 찾아왔다.

 

그게 덧없이 따뜻하고

아리게 푸근해서

나는 나의 모든 봄을 기억한다.

 

 

 

 


 

**2~3번째 줄은 강성은 시인의 시 「기일」에 영감을 받아 써졌음을 밝힙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서 '원룸-감성과의 동거'를 검색하면 더 많은 글을 볼 수 있습니다.

출처(원룸 - 과니(Gwany))만 명시한다면 가져가셔도 무방합니다


 

 

가장 잘 나왔던 감성글귀.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고, 원룸 멤버들에게도 좋은 평을 받았던 작품.

특히 세 번째 사진의 글귀를 가장 좋아한다. 자신이 써놓고도 자신이 볼 때마다 감탄하는 문장이 있는 것만큼 작가에게 행복한 일은 없다. (물론 오래 가진 못한다. 아무리 길어봤자 한 5년 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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