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니의 문학리뷰 & 창작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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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일기 (2021.02.10)

과니(Gwany) 2021. 2. 11. 10:00

1. 쳐 자다가 운전면허학원 수업 예약해놓은거 그대로 까쳐먹었다. 좀 쎄게 현타가 왔다. 최근에 뭐만 했다 하면 피곤하고 그냥 자고싶고 무기력하고 세상만사 다 귀찮다다보니 자존감이 내려가있는 상태였는데, 자느라 수업을 까먹다니. 심지어 나 전날 밤에 꽤 많이 잤는데. 사람이 이렇게 무쓸모할 수가 있나 하는 생각들이 좀 나를 덮쳤다. 하지만 나란 놈은 우울감도 수면으로 이겨내는 놈이라 이불킥 팡팡팡 하다가 다시 잔 뒤 출근했다. 성실해지면 되는 일이다 관아. 이놈아 좀 성실해져라 8ㅁ8

 

2. 시는 또 잘써진다. 이야 사람이 역시 우울하면 글을 써야한다고 이야 잠자코 누워서 『베누스 푸디카』를 읽다가 생각을 정리하고 썼더니 괜찮게 나오는 중이다. 그녀의 시는 상당히 육체적이다. 그리고 죽음에 대한 관념이 강한 데다가 어떠한 우울감에 찌들었다기보단 인상파에 가깝다. 삶과 죽음을, 본인의 유년을, 젊음을, 어떠한 '몸부림'을 표현하는데 있어 강렬함이 있다. 막 불 화르르르르르르 미사일 콰쾅 쾅콰오 같은 강렬함이 아니라, 페이지 정중앙에 볼드체로 처리된 단어 하나가, 나머지 빽빽한 텍스트들을 한번에 정리하는 듯한 느낌이랄까. 그런 식의 문장이다.

 

3. 어깨 치료를 중단했다. 나쁜 건 아니고 나아지고 있는 것 같으니 한 달간 경과를 보자고 하신다. 대신에 한 달간 운동 중지란다. 아니 선생님 저 여태 한달동안 운동 못했는데 또 못하게 하시면 ㅠㅡㅠ 제가 ㅠㅡㅠ 그 ㅠㅡㅠ 그러지 마요 ㅠㅡ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옴팡이에게 그만 근육근육하란 소리를 들었다. 제성...합미다...

 

4. 카드값이 위험하다. 아니 그냥 지갑의 형편이 좋지 않다보니 좀 그지같다. 순조롭게 청상하고 있었던 카드빚이 다시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 상황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다 청산하고 나면 그냥 아싸리 카드 해지해버리려 그랬는데 아오) 거기다가 병원비가 추가적으로 까지니까 진짜 무섭더라. 당분간 어떻게든 먹을 걸 줄이고, 좀 더 아껴야 할 듯하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계속해서 유지된다는게 짜증나면서도, 유럽 살고 있는 내 누나는 아직도 하루 10000명이 넘게 나온다는 걸 생각하면 감지덕지다.

 

5. 집에 오자 뭔가 향기로운 냄새가 나서 엄마에게 말했더니 웃으면서 화장실 청소를 했다고 한다. 엄마는 공인중개사로 활동하신다. 고등학교때 2년 동안 죽어라 공부해서 중개사 자격증을 딴 엄마를 보고서 이제 내가 알아서 끼니를 때워먹으면 되겠지 했는데, 엄마는 주부에서 일로 전향한 게 아니라, 주부와 자영업을 겸하는 사람이 되었다.

 

이제 나도 머리가 큰 데다가 요리를 하는 쪽이다 보니 엄빠에게 밥을 만들어주기도 하고, 설거지나 간단한 빨래는 그냥 내가 해버리고, 분리수거 같은것도 1년 넘게 내가 맡고 있는 중이다만, 그런데도 엄마를 보고 있으면 항상 무언가 움직이고 있다. 만들고, 치우고, 움직이고, 닦고, 그러다가 다시 시간이 나면 공부하고. 진짜 우리 엄마지만 이...이...미친 리스펙.

 

그 성실함이 어디서 나오는건지 궁금할 때가 있다. 물론 십중팔구 유전이겠지만 (외가 친척 어르신들 대부분이 굉장히 부지런한 편이다) 그럼에도 생각한다. 저게 어쩌다가 당연해졌을까. 한 번은 엄마가 일요일에 "오늘은 최고의 게으름을 피워보겠어!!"라고 말했다. 나는 쌍수들고 환영했다. 그리고 그 게으름은 정확히 두시간 갔다. 두시간 누워서 유튜브를 보시더니 네시간동안 집안 청소를 했다. 엄마... 이번 내 생일선물은 엄마가 8시간 이상 게으름 피우는거야.

 

6. 왜 계속 네이버 댓글에 '우한폐렴'이라는 워딩이 베댓으로 올라가는지를 모르겠다. 그럼 메르스는 이집트 사우디 폐렴 바이러스고 스페인 독감은 미국 인플루엔자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중국인들 사회문화고 정치체제고 다 맘에 안들긴 하지만 병명에다가 국가와 지역 이름 집어넣고 대놓고 인종차별 하는 모지리들도 수준 비슷하다고 확신한다. 우리나라가 산낙지랑 곱창이랑 똥들어간 대창이랑 개잡아 보신탕 먹는것도 다른 나라에서는 비위생과 혐오의 끝판왕이야. 아주 듣고만 있으면 자기들은 집에서 만드는 음식들 죄다 오트 퀴진인 줄 알겠네. 작작해라 좀. 배워먹질 못했으면 입을 닥치던지 아니면 그레이트 아메리카 가서 살다가 코로나 걸리던지.

 

7. ↑ 위를 쓰고 나서 느낀 건데, 솔직히 저런 감상들 개많은데 쓰면 유입률 좀 늘까나 ^________^ (천천히 유입률 성애자가 되어가는 느낌이다)

 

8. 아무런 글을 쓰지 않았는데도 하루 유입률이 제로가 아니다. 이게 굉장히 좋은 기분인데, 내가 포스팅한 글들 중에 어떤 것들은, '지속적으로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는' 무언가를 가진다는 느낌과 비슷하다. 대체로 '시음식(시식)'과 문창과 관련 얘기들이 그 유입률을 차지한다. 좀 더 써야지.

 

9. 요즘 틈만 나면 피곤하다. 거기에 입에 상처가 난 적도 없는데 피맛이 난걸 보면 죽을병안가...!?

 

10. 근본적인 자존감을 올려야 할 것 같다. 어떤 이야기를 해도 진지하게 들어줄 사람들이 몇 있다. 이게 얼마나 다행이고 고마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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