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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니의 문학리뷰 & 창작 일지

솔직히 시를 초콜렛, 과자, 아이스크림처럼 분류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무식한 행위다. 초코가 발라져있는 과자는 맛있고, 콘이 들어간 아이스크림도 맛있는데다, 아이스크림에 초코가 올려져있어도 맛있으니까. 일일히 구분하기 귀찮으니 통틀어 '디저트'라고 하는 것뿐이다. 시 또한 마찬가지라서 서로의 기법은 얼마든지 섞일 수 있다. 다만 주된 성분이 다를 수 있다보니 크게 세 덩어리로 나눈 거라고 생각해주면 고맙겠다. 그리고 우리는 에어프라이기나 이어폰이 왔을 때 사용설명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보는 사람들이 아니다. 귀찮다면 넘어가도록 하자. 작품을 만드는 게 업이 아닌 이상, 본인이 읽기 좋은 시가 좋은 시다. 1. 서정시 "와 진짜 진심 못생겼다. 꼭 너 같아." 서정시는 우리나라의 가장 전통적인 시 형식이다...

(개인적으로 시식, 혹은 시음식이라고 부른다. 시인이 이 시에서(혹은 이 시집에서) 어떠한 스탠스를 취하고 있는지 기록하기 위한 카테고리 대부분 '문학동네', '문학과지성', '창비' 시집임을 밝힌다.) '독서는 음식을 먹는 것과 같다'는 말이 있다. 맛있는 음식을 찾아 먹고, 생각보다 자기 입맛에 맞지 않으면 남기고, 새로운 것도 도전해보기도 하는 음식은 독서에도 적용될 수 있어서다. 좋아하는 책을 찾고, 읽고, 생각보다 자기와 맞지 않는다 싶으면 중간에 읽는 것을 그만두고, 새로운 작가나 다른 카테고리의 책도 찾아보고. 책은 부담이 없어야 한다. (개인적으로 자녀들에게 독서교육을 시킨다면 "책을 읽어라", "끝까지 읽어라"라고 말하는 것보다 좋아하는 게 뭔지 물어보고, 그에 관련된 책을 선물해준다음,..

(개인적으로 시식, 혹은 시음식이라고 부른다. 시인이 이 시에서(혹은 이 시집에서) 어떠한 스탠스를 취하고 있는지 기록하기 위한 카테고리 대부분 '문학동네', '문학과지성', '창비' 시집임을 밝힌다.) 아주 예전, 초등학교 5학년 적인가. 아버지는 집에 어린이도 읽을 만한 불교 만화책들을 가져와서는 집에다가 꽂아놓았다. 지금 생각하면 아주 탁월한 계획이다. 글 책에 아무런 관심이 없던 나는 그걸 냅다 집어서 읽고는 했으니까. 불교 책이다보니 스님들이 자주 나왔고, 혹은 스님들과 같은 마음씨를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이제는 읽은지 15년도 더 된 기억이기에, 책 내용은 듬성등성 기억날 뿐이다. 심보선의 [오늘은 잘 모르겠어]라는 시집은 종교적인 단어가 쓰인다. 성서와 비슷한 어조가 나오기..

사춘기는 수식어가 없는 밤이다 열여섯을 앓고 있는 딸이 눈물방울을 떨구고 첫 문장부터 강렬한 메시지가 날아와 꽂힌다. 딸은 열여섯이라는 사춘기를 '앓고'있다. 그리고 딸의 아빠인 화자는 그런 상황에 살짝 난처함을 가지고 있다. 화자에게 '사춘기'라는 건 너무나 오래전에 겪어 쉬이 짐작할 수 없는 시기다. 그 와중에 딸이 울고 있기에 무언가를 해주고 싶은 마음은 남는다. 이러한 상황이 시로 승화된것이 심재휘 시인의 다. 아직은 식지 않은 여름밤에 선풍기는 소리 없이 돌고 나는 연필깎이로 샤파 샤파 연필을 깎는다 심재휘의 시는 쉽고 구체적이다. 사춘기에 대한 낯선 표현과 울고 있는 딸의 모습 아래로 지금이 어떤 계절이고 화자가 어디에 있는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가 드러난다. 아직 열대야가 다 가시지 않은 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