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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니의 문학리뷰 & 창작 일지
한달 전, 학생들에게 과제를 줬는데 나를 혐오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봤다. 누가 보면 내가 세상에서 가장 악독한 과제만 내주는 사람인 줄 알 것 같다. 칠판에다가 '신의 형상'을 쓴 뒤 가장 가까운 것을 가져오고 그 이유를 서술하라고 했을 뿐이다. 가져올 수가 없는 거라면 사진이나 이미지로라도 제출하라고 했는데, 아니 뭐 조형해오라는 소리도 안했다. 조금 억울한 심정이다. 수학처럼 '논리적 정의'가 되지 않는 것들은 모두 '상대적 정답'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다시 말해 나는 학생들에게 원하는 정답 같은게 있지 않았다. 그저 얼마나 '뻔한 얘기를 하지 않는가'가 중요할 뿐이었다. 당신들에게도 이 말을 전한다. 신의 형상을 논해보기로 하자. 일단은 모두 인간을 생각할 것이다. 그리스 로마신화, 불교, 기독교,..
내 발뒤꿈치에서 기생하던 언어들을 기억해냈을 때는 겨울이었다. 한밤 중 가로등 아래 짙게 깔린 어둠에서 밤새 부스럭소리가 난다. 자야 할 공간은 있는데 돌아갈 집은 없어진 것만 같아 울어버린 적을 기억한다. 계절은 쉬이 바뀌지 않아서 나는 어딘가의 길고양이처럼 웅크려 잔 적이 잦았다. 봄은 몇 개의 서릿발들을 손으로 쓸어도 오지 않았고 귀가하는 버스에서 하염없이 창밖을 바라봐도 오지 않다가 해가 바뀌어 이루지 못할 신년 계획을 세우고 지나간 날들을 실패로 기억할 때 즈음 찾아왔다. 그게 덧없이 따뜻하고 아리게 푸근해서 나는 나의 모든 봄을 기억한다. **2~3번째 줄은 강성은 시인의 시 「기일」에 영감을 받아 써졌음을 밝힙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서 '원룸-감성과의 동거'를 검색하면 더 많은 글을 볼..
2021년 1월, 손모씨의 김민정 작품 도용에 대한 사건을 보고 개인의 작품이 얼마나 쉽게 표절/도용될 수 있는지 실감했습니다. 기성작가로 활동하는 것도 아니고 개인 창작자로 머물러있는 이상 제 블로그에 있는 창작물에 대한 저작권은 제가 알아서 챙겨야 한다고 판단한 바, 『과니의 문학경작/허브감상 일지』 블로그에 올라간 글들 중 【창작】 카테고리에 해당되는 모든 게시물의 무단 도용을 금지하겠습니다. '출처 없이 무단으로 가져가 사용하는 경우', 저는 경우를 막론하고 고의로 가져간 자가 '자신이 창작한 듯한 행위를 하기 위함'이라고 판단하고 강력히 삭제 요청을 하겠습니다. 그리고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시, 이에 대해서 법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꽁트' 카테고리에 있는 건 얼마든지 가져가..
쾅! 커다란 소리와 함께 과방 문이 열렸다. 민현은 씩씩거리면서 승환에게 말했다. "박승환 선배님!" "엉." "리포트를 완벽하게 쓰는 방법을 알려주십시오. 아니 뫄교수님이 글쎄......." 승환은 마케팅 책을 읽으면서 그의 말을 들었다. 민현은 뭔가 화가 나 있었고, 어딘가 억울해보였고, 복수심에 불타고 있었다만, 찬찬히 커다란 단어의 골자를 조합하자 승환은 본인이 대답해줄 게 별로 없단 걸 깨달았다. "서론과 본론, 결론을 쓰시고 그 논리의 아다리를 맞게 한 뒤 보고서 표지 형식을 맞춰서 잘 제출하십쇼~" "아니 그건 누구나 다 알구요." "다~ 아는 게 그렇케헤~ 어렵습니다~" 마케팅 책의 다음 페이지를 넘기려고 하는 찰나, 민현은 승환이 들고 있던 책을 자신의 손으로 덮어버렸다. "하극상이냐?"..